퇴사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해, 월드컵이 열리기 몇달전에 입사하여 약 16년을 다닌 회사를 2018년 10월 31일 퇴사를 하였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오래 다니는 것이 공무원이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흔치 않은 일인것 같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원섭섭" "복잡미묘" 하다.


긴 시간동안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정확히는 이전 1년 정도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지금의 회사로 이직) 시절엔 모두?가 그렇겠지만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회사 생활을 했다.  회사에 빠른 보탬에 되기 위해 실력 쌓기를 위해 업무 시간 이후 회사에 남아서 공부하는 일에 몰두 하였고 거의 매일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갔었다.


그렇게 실력이 빠르게 쌓이고 또 그런 실력을 담당 업무 외 스스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 회사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서 업무 인프라 및 서비스 웹사이트나 모니터링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100% 온전히 혼자 만들어 낸 시스템은, 지금은 회사 업무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혀 있고 지금도 어느 누구도 관여하고 있지 않다.


두사람 몫의 많을 일들을 해내는 그런 재미로 회사를 다녔고 그렇게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들도 늘어나면서 근무 환경에 제한이 하나 둘씩 쌓여가고 여러가지 규칙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성과를 독촉하고 압박하고 감시하며, 직원들의 의견은 대부분 무시되는 독단적인 경영을 하는 회사로 변해가고 있었다.


퇴사를 한순간 기분에 의해서 한것은 아니다. 


회사 상사의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과 그런 기준으로 막무가내 업무 지시와 진행이 되다 보니,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이 힘들어 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동료가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 내는 것 자체를 굉장히 싫어 했으며 그럴때마다 어떻게 그딴 생각을 할수가 있냐는 식으로 굴욕 주기가 다반사 였다. 


그는 자기 아니면 회사가 망할것이고 자기 때문에 회사가 이렇게 돌아간다 라는 생각이 확고해 보이며, 자기 생각이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이다 라는 아집이 대단한 사람이고, 십여년 이상 전에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사람의 성향은 변하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계속 힘들어 할것이다. 한숨 쉬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이것이 결정적인 퇴사 이유다.


최근 3~4년 사이 내가 이렇게 일하는 것이 사는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고,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일까? 고민을 계속 해왔었고 몇일전에 확실한 트리거가 당겨졌을 뿐이다. 한달에 한두번 주말 당직 근무를 하고 야간/새벽에 각종 작업등을 16년을 계속 해오다 보니 이런 것들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체력적 한계로 쉽게 피로도 풀리지도 않는다.


내가 맡은 업무 외 짬짬이 남는 시간에, 회사를 위해 여러가지 만들었던 시스템들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항들이 결국 나에게 업무 부담으로 족쇠가 되었고 부메랑으로 돌아온것이다. 더 이상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을 계속해 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추가 업무 진행 요구가 되었다. 


어쨌든 매우 긴 시간동안.. 월급은 꼬박꼬박 나왔으니 그로 인해서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던 그런점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날들이 나에게 펼쳐 질까?...  사회 생활, 직장 생활을 충분히 겪었고 인생에서 현재 나이 위치를 본다면  앞으로의 날들에 대해 기대 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앞선다.


앞으로 하는 것들이 모두 잘되었으면 하지만, 10년 20년 먼 훗날... 지나온 나날들을 되돌아 봤을때... 행복하게 살아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